카테고리: 외부 기고&출연 Contribution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기묘한가요?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기묘한가요?

최근 한국 SNS에서 버려진 신발로 만든 ‘슈즈 트리’ 사진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미술가 황지해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든 ‘슈즈 트리’는 신발 3만 켤레로 이루어진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 미술 작품. 노후돼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역 고가를 도심 속 정원으로 재생시킨 ‘서울로 7017’의 완성과 함께 도시재생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기획된 전시다. 폐기되는 신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 업사이클링(up-cycling) 작품이다. 9일간 전시 운영에 드는 예산은 약 1억 원이다.

이 작품이 예술이냐 흉물이냐를 놓고 누리꾼 사이에서 설전이 뜨거웠다. ‘서울로 7017’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신발 나무’ ‘서울역 신발’ ‘신발 트리’가 뜰 정도였다. 대체 어느 정도라서 그렇게 논란인가 싶어 직접 찾아가봤다.

보통 이런 작품은 실물과 사진이 다른 경우가 많다. 최대한 실제 느낌이 나도록 찍어봤다. 엄청나게 많은 신발의 폭포수가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우려하는 것처럼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전시 중에 비가 오면 어떻게 되려나 조금 걱정되기는 했다. 마침 이날 한 방송사 기자가 지나가던 외국인들에게 작품에 대한 감상을 묻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면 기묘한가요? Isn’t it weird? strange?”

작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황 작가는 5월 1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최초의 수제화 거리인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성을 되새기고 싶었다는 작가는 또한 “신발은 도심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신발은 누군가의 시간일 수 있고, 오래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설치 미술을 개념예술 측면에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슈즈 트리는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 개장일인 5월 20일에 정식으로 완성된 모습을 선보인다.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전시됐다가 29일 전면 철거될 예정이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기묘한가요?

 

한국에서 가짜 맛집에 속지 않고 진짜 맛집 찾는 방법

한국에서 가짜 맛집에 속지 않고 진짜 맛집 찾는 방법

얼마 전의 일이다. 주말에 카페에서 기사 작업을 하다가 끼니를 홀로 때워야 해서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돼지국밥 전문점에 찾아갔다. 국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한창 먹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이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한참 살피던 이들은 종업원에게 영어로 “채식 메뉴는 없느냐”라고 물었다. 종업원의 대답은 “No”. 당연하게도 돼지국밥 전문점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다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는 없느냐”라고 물었다. 아마도 다들 답을 알 것이다. 가게 이름은 ‘돈수백’. 아마도 이름만 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뭘 파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리라. 만약 여기가 ‘돼지국밥’이라는 메뉴를 파는 곳임을 알았다면 애초에 저들은 이 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한국을 찾은 당신이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진짜’ 맛집을 찾는 효율적인 방법을 소개해 주기 위함이다.

기자가 되기 전인 학생 시절 다수의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그중 하나가 일명 ‘맛집 리뷰 블로그’였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올렸는데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몇 차례 노출되며 방문객이 확 늘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글이 올라왔을 때는 하루에 5만 명 가까이 들어오기도 했다. 나중에는 업체에서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리뷰를 남겨달라”라고 연락해왔다. 호기심에 수락했고, 그렇게 ‘무료 시식’ 라이프가 시작됐다. 그렇게 가본 식당은 맛있는 곳도 있었지만 썩 맛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렇다고 ‘공짜 밥’을 얻어먹었는데 마냥 나쁜 이야기만 쓸 수는 없는 노릇. 그럴 때는 리뷰에 최대한 음식 맛에 대한 설명을 자제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맛집 리뷰의 절반 이상은 이런 식으로 쓰인 것이다.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시스템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뉴스에도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있는 것처럼, 맛집에도 가짜 맛집과 진짜 맛집이 있다.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맛집’을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맛집 정보는 네이버와 다음, 특히 네이버에 가장 많다. 대부분의 정보가 네이버 블로그에 있고, 이 블로그는 네이버의 폐쇄적인 검색 정책상 구글에서 검색하면 잘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국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올해 3월 한국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에 한 십대 여성이 올린 경악스러운 질문이다. 질문자는 “제가 어려서 그런데 임신 가능성 좀 봐달라”며 “관계 도중에 랩이 여러 번 터지기도 했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을 읽다가 기시감이 들었다. 수년 전 청소년의 성문화에 대해 기사를 쓰고자 온라인에서 검색을 하던 중에 비슷한 내용을 본 게 기억났다. 네이버 지식iN에서 여러 검색어를 조합하여 과거 글을 찾아봤다. 2008년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중학생인데 콘돔이 없어서 랩을 감고 성관계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랩이 벗겨졌어요. 임신 안 하겠죠?”

한국에서 청소년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중학교 때 친구들은 삼촌이나 부모님이 서재에 숨겨둔 포르노 비디오를 통해 처음 이성의 벗은 몸을 접했다고 고백한 바 있고, 오래전 필자는 중학교 수업 시간 바나나와 오이 등에 콘돔을 끼워보는 체험 학습을 통해 처음 ‘콘돔’이라는 것을 만져봤다. ‘야동(야한 동영상, 포르노)’으로 남보다 빨리 성에 눈떴다고 해도 성에 대한 무지함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지간한 야동에는 콘돔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전 세대에게는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가 있었다. 구성애는 1998년 MBC <구성애의 아우성>, 1999년 SBS <우리 아이들의 성>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강연이 화제가 되며 사회적으로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2001년에는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라는 뜻의 성 상담 센터 ‘(푸른) 아우성’을 열고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 구성애가 누군지 아는 학생이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구성애 이후로 이렇다 할 성교육 전문가가 대두된 적도 없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에 앞서 성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많지 않다. 물론 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과 다르기도 하다. 알음알음 친구를 통해 야동을 비디오로 빌려보던 학생들은 이제 스트리밍 사이트와 각종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전 세계의 야동을 찾아본다. 야동으로 왜곡된 성관계를 접한 이들은 체외 사정을 해도 임신하지 않는다거나, 콘돔을 쓰지 않고 삽입해야 상대가 더 좋아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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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구기자의 CC 타임: 오늘 뭐 보지? (2017년 4월 공연)

구기자의 CC 타임: 오늘 뭐 보지? (2017년 4월 공연)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 상품이 쏟아지는 시대에는 무엇 하나에 주목하기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에서 당신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현명한 선택을 도와줄 구기자의 CC(Content Curation) 타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박스오피스와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공연 순위를 바탕으로 자칭 타칭 ‘공연 덕후’의 사견을 몇 방울 첨가했다. 놓치면 아까운 공연 리스트. 공연은 개막 일자가 빠른 순으로 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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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의 CC 타임: 오늘 뭐 보지? (2017년 4월 공연)

 

 

지금 한국 공연계를 움직이는 것들

지금 한국 공연계를 움직이는 것들

한국 공연계의 ‘큰 손’은 누구일까. 올해 2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신한카드는 최근 3년간(2014~2016년) 서울·경기 지역 소재 공연시설, 예매처 등 공연 관련 가맹점에서의 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연 소비 트렌드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연 소비를 주도하는 건 바로 젊은—30대 초반의—여성이었다. 최근 1년간 연령별 공연 소비 이용금액이 가장 높은 건 30대 초반(1016억)이었고, 40대 초반(771억)과 30대 중반(768억)이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 30대 초반(393억), 40대 초반(339억), 30대 중반(321억) 순으로 전체 통계와 순서가 동일했으나, 여성의 경우에는 30대 초반(623억), 20대 후반(492억), 30대 중반(447억) 순으로 젊은 연령대에서 이용금액이 높게 나타났다. 20대 후반 여성과 30대 초반 여성의 평균 공연 결제 횟수는 각각 4.3회로 공연을 가장 많이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이용 금액 또한 전 성별과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금액(28만 원)과 두 번째로 많은 금액(27만 8천 원)을 차지했다.

한국 여성 관객들의 재관람율이 높은 남성 2인극 ‘쓰릴 미’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 사진제공 달컴퍼니

세월호 침몰 사고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로 공연 소비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매년 한국의 공연 소비 규모는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국내 공연시설 및 단체 운영 현황과 실적을 조사해 발표한 ‘2016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7815억 원이었다. 2014년의 7593억 원에 비해 2.9% 증가한 수치다. 총매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티켓 판매 수입(3633억 원, 46%). 장르 별 티켓 판매액 규모를 살펴보면 △뮤지컬 1975억 원(54.4%) △연극 729억 원(20.1%) △ 양악 321억 원(8.8%) △복합 99억 원(2.7%) △국악 90억 원(2.5%) △ 무용 70억 원(1.9%) △ 오페라 63억 원(1.7%)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남성 위주의 작품이 인기가 높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극은 애초에 많이 만들어 지지도 않지만 공연돼도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 공연계에는 특히 여성 관객의 ‘회전문’ 관람—같은 공연을 회전문 들락거리듯 여러 차례 재관람한다는 의미—으로 지탱되는 작품도 다수 있는지라 이 같은 작품과 캐스팅의 편중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은 슈퍼주니어 규현.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서 도리안 그레이 역을 맡은 JYJ 김준수. / 씨제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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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hedissolve.kr/the-big-players-in-korean-performing-arts-kr/

지금 한국 공연계를 움직이는 것들

한국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과 2차 창작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한국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과 2차 창작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인 요즘,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쓱쓱 내려가며 손쉽게 볼 수 있는 웹툰은 큰 인기다. 특히 한국에서 그 위력이 대단하다. 아시아권에서 ‘만화의 강국’을 꼽으라면 일본을 떠올리지만 출판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웹툰만을 두고 본다면 한국이 ‘웹툰의 강국’이라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같은 포털 사이트 외에도 레진코믹스, 탑툰, 짬툰 등 웹툰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수십여 곳에 이른다. 웹툰은 그 자체로도 인기이지만 더 나아가 드라마와 영화, 공연으로도 제작되며 OSMU(One Source Multi Use)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 ‘치즈 인 더 트랩’ ‘운빨 로맨스’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은 모두 웹툰이 원작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의 웹툰으로 만든 영화 ‘내부자들’이나 최종훈 작가의 웹툰으로 만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은 각각 관객수 7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으로 만든 영화 ‘신과 함께’는 최근 크랭크업했고,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은 최근 영화화가 결정됐다. 2016년 tvN 드라마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순끼 작가의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은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김풍과 심윤수 작가의 웹툰 ‘찌질의 역사’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6월 무대에 오른다.

인간의 악행과 선행에 따른 인과를 주제로 한 인기 웹툰 ‘신과 함께’는 조만간 영화와 게임으로도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 사진제공 신과함께(원작)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웹툰이 인기이고, 어떤 작품이 2차 창작물로 재탄생할까? 꾸준히 사랑받는 건 일상물과 능력자물이다.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 ‘어쿠스틱 라이프’처럼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 외에도 ‘오무라이스 잼잼’, ‘역전! 야매요리’ 같은 음식 웹툰이 소위 ‘먹방’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웹툰 ‘트레이스’, ‘노블레스’, ‘신의 탑’ 등의 특이한 능력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젊은 층에게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차 창작물로 재탄생하는 웹툰은 이보다는 더 공감의 폭이 넓은 작품들이다. 우정사업본부가 2월 10일 발행한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 기념우표에 실린 작품을 보면 어떤 게 ‘그런 작품’인지 알 수 있다. 이번에 발행한 우표에는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 윤태호의 ‘미생’, 조석의 ‘마음의 소리’가 실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폐지 줍는 할머니와 우유 배달하는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고,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신과 함께’는 한국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얻었다.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았으며, ‘마음의 소리’는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희화화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 모두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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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과 2차 창작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베스트셀러&한국인의 관심사(2017년 3월 3째주)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베스트셀러&한국인의 관심사(2017년 3월 3째주)

 

오늘도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어떤 책은 잘 팔리고 어떤 책은 절판되어 사라진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쓰인 나무가 아까울 정도로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큰 인기를 끄는 책이 있는가 하면, 깊이와 무게감이 대단함에도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 있는 책도 있다. 정글 같은 서점가에서 살아남아 ‘베스트셀러’ 10 코너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는 건 대체 어떤 책들일까. 장 폴 사르트르는 “책을 통해 세계를 알았다(All that I know about my life, it seems, I have learned in books.)”고 했다. 우리라고 못할 것은 뭐란 말인가. 서점가에 달려가 매의 눈으로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폈다. 베스트셀러들의 제목만 훑어도 ‘지금 이 순간’ 한국인의 욕망과 욕구가 보인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1위부터 10위까지 정리한 후 각 리스트에서 2회 이상 중복된 책 위주로 선정했다. 특정 서점에서만 유독 인기가 있는 책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집계 기간: 2017.3.13.~201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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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한국의 베스트셀러&한국인의 관심사(2017년 3월 3째주)

 

한국 사극에서 타임 슬립이 자주 나오는 이유

한국 사극에서 타임 슬립이 자주 나오는 이유

사진제공 : SBS

‘지금 당신이 보는 것은 한국의 인기 스타 이영애가 출연한 카메라 광고이다. 다음 장면은 한국의 인기 스타 이영애가 해외에서 촬영한 고급 시계 광고이다.’

사진제공 : SBS

아마 1월 26일부터 한국에서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몇몇 장면을 잘라놓고 이런 설명을 붙인다면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장면은 한국의 5만 원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여인―조선시대 사임당 신씨―의 삶을 재해석한 ‘퓨전 사극’의 장면들이다. 어떻게 이런 장면이 사임당의 삶을 그리는 드라마에 나올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그럴싸해 보이는 ‘퓨전’이라는 마법의 키워드와 한국 사극이 사랑하는 ‘타임 슬립’이라는 장치에 있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류스타 이영애가 13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 사진제공 :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최고의 한류 스타 이영애가 드라마 ‘대장금’ 이후 13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드라마였기에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일반적인 사극의 룰을 답습하지 않고 타임 슬립을 차용한 퓨전 사극의 길을 택한 것 또한 이야깃거리였다. 실제로 1화에서는 조선시대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고 과거의 이탈리아와 현재의 서울이 배경지로 나온다. 아마 이영애가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포스터를 보고 이 드라마를 보겠다고 마음먹은 시청자였다면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게 어딜 봐서 사극이야?

진부한 스토리, 안일한 짜임새, 빈약한 당위성, 억지 설정 등을 차치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이런 비판이 나온다. “왜 그냥 사극이 아닌 타임 슬립 퓨전 사극으로 만들었느냐?” 시청자의 비난에 직면한 제작사는 다급하게 방송 분량을 전면 재편집했다. 일부 회차에서는 아예 현대 장면을 빼고 사극으로만 채웠다. 그 덕에 줄곧 하락하던 시청률은 현재 10% 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제작 드라마인지라 언제까지 현대 장면을 빼고 갈 수는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영상에 등장한 이영애. / 사진제공 : 해당 영상 캡쳐

한국에서 ‘한복을 입은 배우 이영애’의 이미지는 좋은 의미로 압도적이다. 이영애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이 압도적인 이미지로 등장해 평창을 신비로운 동방의 어느 멋진 나라로 바꿔놓는다. 그렇다면 다시 비슷한 의문점이 생긴다. ‘저런 이영애’를 데리고 전통 사극을 만들었으면 평균 이상의 인기를 구가했을 텐데 굳이 현재 장면을 왜 넣었지? 결국 ‘돈’이다. 전통 사극은 ‘PPL(Product Placement)’ 붙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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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극에서 타임 슬립이 자주 나오는 이유

 

 

한국의 인기 드라마 작가 김은숙이 그려낸 ‘김은숙 월드’의 여성 판타지 변화

한국의 인기 드라마 작가 김은숙이 그려낸 ‘김은숙 월드’의 여성 판타지 변화

누군가 지난해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여인 두 명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자신 있게 드라마 작가 김은숙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다른 한 명은 이 작가의 작품 속 여주인공 이름을 병원 진료시 가명으로 쓸 정도로 그의 팬이자 2017년 3월 실업자가 된 여인―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김은숙은 지난해 2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12월 tvN 드라마 ‘도깨비’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드라마 좀 봤다 하는 시청자 중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등의 명대사로 회자되는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쓴 작가다. 2003년 드라마 ‘태양의 남

쪽’으로 데뷔한 김은숙은 이듬해인 2004년 ‘파리의 연인’으로 전국 시청률 56.3%, 서울 수도권의 경우 57.6%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 쓰는 작품마다 최소 ‘중박’에서 ‘대박’을 치며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사랑 딱 하나 못 가진 재벌 남성(백마 탄 왕자)과 가진 건 없지만 씩씩하고 긍정적인 여성(신데렐라)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과 여심을 자극하는 대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서 깊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답습하며 ‘자기 복제’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가 꾸준히 사랑받은 건 맛깔난 대사 덕이 크다. (그는 과거 제작발표회에서 “자기복제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벗어나려고 노력하기도 하는데, 왜 자꾸 딴 거 하라고 하나. 딴 거 하면 안 볼 거면서. 잘 하는 걸 열심히 하면 안 되겠는가”라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은숙 월드 여주인공 대다수는 ‘신데렐라’의 변주다. 물론 아닌 작품―‘프라하의 연인’에서는 여주인공이 대통령의 딸이고 남주인공이 강력반 형사다―도 있지만 워낙 히트작들이 남긴 인상이 강한 탓이다. 또한 그의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곤경을 겪어야 스토리가 굴러간다. 그래야 그를 구해줄 남주인공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 작품인 ‘온에어’에서 톱스타 ‘오승아’의 입을 빌려 ‘셀프 디스’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님 드라마는 늘 재벌과 신데렐라인가 보죠? 둘이 만나면 부의 재분배니까 공평하네요.”)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제 신데렐라들도 언제까지나 유리구두로 낚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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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기 드라마 작가 김은숙이 그려낸 ‘김은숙 월드’의 여성 판타지 변화

 

EXTREME LIFE~ 아웃도어 라이프에 최적화된 테크 제품들

EXTREME LIFE~ 아웃도어 라이프에 최적화된 테크 제품들

슈웅 슈웅 롤러코스터를 타고 막 도착한, 아웃도어 라이프에 최적화된 테크 제품들.

기획 · 안미은 기자 | 사진 · 김도균 | 하늘사진제공 · 구희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 디자인 ·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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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60725/79385500/1#csidx9a2aa8b7b94761dbaab2ca8f2b99cf5